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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이따위 곳 / 이영광

오선민 2014. 3. 27. 11:28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이따위 곳

 

이영광

 

 

이따위 곳에 왜 날

낳아놓은 거야?

딸이 어미에게 대든다

채널을 돌린다

사람 말고는 누구도

이따위 곳이라고 하지 않는다

누의 살점을 찢고 있는 사자 무리 곁에서

누들이, 제 동족의 피가 튄

풀을 뜯고 있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먹는다

식사가 끝나자 누도 사자도

발아래 이따위 곳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피 좀 본 거로는 꿈쩍도 않는

노란 지평선을 본다

어쩌다 사람만이 찾아낸

분노의 거주지

혼돈의 부동산

이따위 곳

 

 

 

ㅡ출처 : 시집『나무는 간다』(창비,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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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람만이 찾아낸

분노의 거주지

혼돈의 부동산

이따위 곳‘이라고 시인이 지적한

이 끔찍한 표현에 박수를 보낸다

‘이따위’라는 이런 표현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더구나 젊은 사람들이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일을 벌였을 때

어른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동료 중에도

정의감이라든지 인격이 반듯하다면

택도 아닌 일을 보고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말의 혼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이 어른의 경계가 없는 말이 고삐를 늦추지 않고

마구 내뱉어지고 있다

다시 우리 사회의 최초 교육장인

가정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이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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