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소금쟁이 / 구광렬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소금쟁이
구광렬
그를 만나기 전엔
그가 쟁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막연히 유전해오는 소금 부스러기를 이용해
마냥 물 위를 걷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피부보다 얇은 수면은 거울보다 단단했다
피보다 묽은 물의 단결력을 보여주려는 듯
밑을 받치고 있는 힘은 쉬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아편주사 바늘 같은 다리로 라스베이거스 마술사처럼
연신 수면을 찌르고 있었다
시퍼런 작두도 견뎌낼 것 같던 부드러운 물의 분자들,
소금기도 없는 그를 소금쟁이로 만들어버린 그 단단함으로
논두렁에서 깨금발로 검정 고무신 한 짝을 찾아 헤매던
내 물러빠진 두 다리를 사정없이 후려치었다
ㅡ출처 : 시집『불맛』(실천문학사, 2012. 1판 2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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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사, 똥방지는 소금쟁이의 다른 이름이다
소금쟁이의 이름은 그 유래를
조상들의 지혜에서 찾아야 한다
소금장수가 소금 가마니를 지고 일어나려면
다리를 쫙 벌리고 힘을 주어 일어서듯이
길다란 막대 양끝에 커다란 똥바가지를 매달고
나르던 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 역시 힘을 쓰는 직업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금쟁이는 발목마디(tarsi)가 방수성의 가는 털로 덮여 있어
물의 얇은 표면장력을 이용하여 발 끝에 있는 기름샘과 방수털로
가라앉지 않고 다리를 활짝 벌림으로 체중을 분산하여
물에 떠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인데, 마치
시에서처럼 단단한 물수면에서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 같다
바르지 못한 정보를 수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진실을 모르고 미워했던 일에 대해서
오래도록 마음속에 묻고 있었다면
오해와 시간의 손해가 그 얼마이겠는가
소금쟁이의 특성을 연구하신 분에게도 감사해야 하고
소금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조상의 지혜에도 감사해야 한다
불온의 준동에 대해 오류 없이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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