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단절 / 고증식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단절
고증식
갯바위에 앉아
하염없는 햇살 받는다
집 떠나온 지 며칠
전화라도 할까 했으나
저만치 던져버린다
전화기의 파장이
이 맑은 햇살들을
토막내 버리면 어쩌나
ㅡ출처 : 시집 『단절』(실천문학사, 2005)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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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는 바닷가에도 있고
멀리 떨어진 섬에도 있음이다
어디에 있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테다
집 떠나와 연락 없이 여러 날
스스로 씨름하다 보면
자신을 곰곰이 들여다보게 될 테다
나를 재발견하고
이렇게 좋은데 공연히
맑은 햇살에 호강하고 있는데
그 호강 방해하려 전화는 왜 해
소식 없다고 안달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가끔은 단절을 불러와
곁에 두고 같이 있어 볼 일이다
한 사나흘 돌아다니다 오면 좋겠다
그것도 소식 없이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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