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종소리 한 잎 / 장상관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종소리 한 잎
장상관
영국사 입구에는 범종이 되어버린 고목이 있다 큰 울음으로 재앙을 알렸다는 전설을 품고 천 년이 넘게 서서 종소리에 골고루 햇살을 찍어 바르는 은행나무가 있다
나비 날개 같고 황금 부채 같은 소리 살결을 만지면 금빛 바람이 건너와 삭신에 쌓인 먼지 털어내고 잘 마른 볕 한 장 가만가만 핏속으로 날아든다
맥놀이가 뭇 가슴을 열어젖혀 아망스러운 우울을 달래는가 하면 말랑말랑한 소리가 데워놓은 온기가 혓바닥이 덧낸 생채기까지 핥는다
눈부처까지 노랗게 물들여 놓은 종소리에 휩싸여 바람이 머물다 간 소리 한 잎 쥐어보면 은행나무 범종이 밟아온 축축한 뒤안길이 저릿하다
ㅡ출처 : 『내가 뽑은 나의 시』(책만드는집,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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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설을 품은 은행나무 이야기다
하늘의 말씀(울음)을 들려주었다는 이야기고 보면
이 가을에 어울리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참 고울 게다
나비 날개 같고, 황금 부채 같은
저 소리 살결을 만지면 금빛 바람이 건너와
핏속을 뎁힌다고 한다
울음으로 재앙을 알렸다면서
범종이라는 별칭까지 받은 터인데
종소리 한 잎에서 전하는 울림이 참 길겠다
자연에서도 영물이 있거니와
?泳?사이에도 오래도록 추앙받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를 오래 기억할 뿐 아니라
그 삶을 본받기까지 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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