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윤석산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윤석산
자동차 기름을 만땅 채운 날은 왠지 마음이 빵빵하다. 휴대전화를 꽉꽉 충전해놓고 시작하는 하루는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하다.
우리 어머니,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 메추라기 새끼마냥 주렁주렁 매달고 키우시던 우리 어머니.
언제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연탄 한 구루마, 쌀 한 가마, 김장 두 독 해 넣으시고 그제야 든든하시다는 우리 어머니.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조금도 두렵지 않으시다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의 연탄광도 아닌, 어머니의 김장독도 아닌, 어머니의 쌀독도 아닌, 기름 빵빵, 휴대전화 꽉꽉 충전해 두고 오늘 나 든든 시작한다.
ㅡ출처 : 시집『나는 지금 운전 중』(푸른사상, 2013)
『시와소금』(2012. 여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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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꽉꽉, 든든
이 얼마나 넉넉한 표현인가
이 정도면 남부러울 게 없는 상태다
옛날에는 그랬다
이것을 상식으로 알고 실천하는 이들이 아직도 더러 있다
50대 이상과 이하의 상식적인 차이가 엄청 크다
한 겨울을 나는데 특별한 찬이 없어도
따뜻한 밥 있고, 김치 있으면 그만이었다
굶었던 때가 더러 있었던 시절을 겪었으니 말이야
아무리 잘 사는 지금이라도
그런 사람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도
‘빵빵, 꽉꽉, 든든’은 필요악이다
필요악이 지나치면 교만을 부르게 되는데
우리가 경계할 일이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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