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공하고 놀다 / 나호열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공하고 놀다
나호열
상상 임신 끝에 알을 낳았다
무정란의 공
부화되지 못한 채 주렁주렁 망태기에 담겨 있다가
태생의 탱탱함으로 이리저리 차이다가
별이 될 듯 하늘로 솟구치다가
울타리를 넘어 차에 치여 사정없이 찌그러진다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공
끝내 가죽만 남아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간다
누군가는 평생을 걸고 이 공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이 공의 주인은 누구인가!
ㅡ출처 : 『시와소금』(2012. 겨울)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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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것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해도 달도 지구도 공도 다 둥글다
해, 달, 지구는 일정한 궤도를 돌지만
공은 주인이라 자칭하는 자가 제대로 다루어주면
엄청난 기교와 힘을 발휘한다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한다고 한 말이 맞다
올해는 또 한 차례 공을 다루는 제전이 벌어진다
엄청난 환희에 싸이게 될 텐데
골대에 공을 차 넣기만 하면
하늘을 날 듯한 기쁨에 젓는다
이 공의 주인은 차 넣은 사람의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으로 밤잠을 설치게 되겠다
내가 그 공의 주인은 아니어도
세상이라는 공을 함께 다루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면
얼마나 밝고 건강해질까?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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