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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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딱 / 이상국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순식간에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 곱 살쯤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하시냐니까
우리 아빠가 쫄딱 망해서 이사 왔단다
그러자 골목이 갑자기 넉넉해지며
그 집이 무슨 친척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누군가 쫄딱 망한 게
이렇게 당당하고 근사할 줄이야
_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 (동아일보 ,2015)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윤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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