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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이른 봄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무섭기도 했지만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나를 지탱해 주었고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그랬지, 그랬었지대문 밖에서는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버리고 갈 ..
좋은 시 감상
2024. 8. 28.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