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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밤의 회전목마

오선민 2010. 5. 13. 12:30
밤의 회전목마



즐거운 왈츠를 삐거덕삐거덕 벗었어요
이제 밤이어요
내 이름은 메리, 메리고라운드
닌텐도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제품을 개발하자구요
사장님 말씀은 기름진 억양이 참 아름다워요
요즘 세상은 아이티 산업이 중요하지요
아무렴요 나리 나리, 덧니가 예쁜 계집애들
개나리들이 뿌연 황사 속에 샛노랗게 웃고 있어요
오늘 밤 태어난 아기는 삼십 년 후에 죽을 여배우
술시중과 잠자리 시중이 싫어서 차라리 목을 맬 거예요
메리, 즐거운 메리고라운드
살빛이 뽀얀 사내아이 집을 나와
로또복권에 입맞추고 전갈자리에 행운을 비네요
저 아이는 삼십 년 뒤 젊은 여잘 죽이는 게 취미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순회 공연하는 그 옛날 약장수처럼
멋진 차로 밤마다 돌아다니며
새롭고도 크리에이티브한 취미로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일 거예요
삐거덕삐거덕 관절이 아픈 말들은
이제 달리지 않지만 그래도 내 이름은 메리
즐거운 메리고라운드, 저길 보셔요
솜사탕 같은 음악이 시들어서 걸쳐진 초승달에
목매달아 죽은 여자 보랏빛 혀가 한 뼘이나 빠져나왔어요.

( 2009. 3. 17 ) 〈미네르바〉2009년 여름호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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