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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홍어 / 이정록

오선민 2010. 5. 24. 11:32

홍어

 

               이정록

 

 

욕쟁이 목포홍어집

마흔 넘은 큰아들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년이다

양쪽 다리 세 번 톱질했다

새우눈으로 웃는다

 

개업한 지 십팔년하고 십년

막걸리는 끊어오르고 홍어는 삭는다

부글부글,을 벌써 배웅한

저 늙은네는 곰삭은 젓갈이다

 

겨우 세 번 갔을 뿐인데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좆을 내온다

남세스럽게 잠자리에 이만한 게 없다며

꽃잎 한 점 넣어준다

 

서른여섯 뜨건 젓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뒤로는

밤늦도록 홍어좆만 주물럭거렸다고

만만한 게 홍어좆밖에 없었다고

얼음 막걸리를 젓는다

 

얼어죽은 남편과 아픈 큰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우리집 큰놈은 이제

쓸모도 없는 거시기만 남았다고

두 다리보다도 그게 더 길다고

막걸리 거품처럼 웃는다

 

 

- 정말 / 창비시선 중에서-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글쓴이 : 김기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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