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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풀밭에서 (외 1편)/조원규

오선민 2010. 5. 24. 11:33

풀밭에서 (외 1편)

 

   조원규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쏠리네

바람 부니 물결이 친다고?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월엔 어땠는 줄 알아?

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

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

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줘

 

 

                               — 시집 『밤의 바다를 건너』(2006)

 

 

네게 닿았지

 

 

 

우리는 가로질러

소리도 없이 저 길을 왔다

 

보렴 눈은 희고 또 푸르다

새벽은 바다 타오르는

 

너로 인하여 파멸하는 나

네가 없으면 파멸할 나

 

참 이상하다 나는 불안이

사라질 때 불안을 사랑한다

 

심해의 야광어 같은 신호등을 지나

찢겨진 신문 널린 계단에 앉아

 

말한다 나는 너에게

우린 이곳에 닻을 내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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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규 / 1963년 서울 출생. 서강대 독문과와 대학원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 198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이상한 바다』『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아담, 다른 얼굴』『밤의 바다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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