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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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서 (외 1편)
조원규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쏠리네
바람 부니 물결이 친다고?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월엔 어땠는 줄 알아?
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
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
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줘
— 시집 『밤의 바다를 건너』(2006)
네게 닿았지
우리는 가로질러
소리도 없이 저 길을 왔다
보렴 눈은 희고 또 푸르다
새벽은 바다 타오르는
너로 인하여 파멸하는 나
네가 없으면 파멸할 나
참 이상하다 나는 불안이
사라질 때 불안을 사랑한다
심해의 야광어 같은 신호등을 지나
찢겨진 신문 널린 계단에 앉아
말한다 나는 너에게
우린 이곳에 닻을 내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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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규 / 1963년 서울 출생. 서강대 독문과와 대학원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 198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이상한 바다』『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아담, 다른 얼굴』『밤의 바다를 건너』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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