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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수타니파타 본문

좋은 시 감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수타니파타

오선민 2011. 6. 3. 08:03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어 뭇짐승의 왕이 된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종벽한 곳에 살기를 힘쓰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 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치 어깨가 떡 벌어진 코끼리가 그 무리를 떠나 마음대로 숲속을 거닐 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또는 불이 다 탄 곳에는 다시 불 붙지 않는 것처럼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수타니파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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