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눈물도 모른 채/ 김상윤 본문
눈물도 모른 채/ 김상윤
달걀 공장 하루에
두 번 불 끄지, 두 번 알 낳으라고
깻잎 공장 밤에도
불 안 끄지, 깨꽃 피지 말라고
닭들이 죽을 똥 살 똥 알만 낳다 두 배 빨리 늙는 걸
하우스 들깨 꽃 못 피워 시집 못 가는 걸
그런 걸 모르고
달걀 프라이, 삼계탕. 돼지고기에 깻잎
잘도 먹었네 서러운 누군가의 눈물도 모른 채
- 동인지 <대구기독문학> (대구경북 기독문인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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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양계 농장의 수백 평 공간에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가로 세로 30㎝이다. 이 닭들은 좁은 곳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살기위해 오로지 먹는 일만을 되풀이한다. 생육 번성해야할 생명체가 일개 공산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본능이 차단당하자 심한 스트레스로 닭들은 서로를 부리로 쪼며 공격하는 일이 잦다. 공장에서는 상품 가치 보호 차원에서 닭들의 부리를 미리 자른다.
그리고 이 닭들은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다량 투여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약 한달 남짓이면 육계가 되어 고스란히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와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대형 농장에서 키워지는 닭의 운명은 태생부터 슬프다 못해 끔찍하다. 병아리의 암수비율은 보통 6대4정도인데 수평아리는 성장이 늦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성감별을 해 분쇄기에 넣어 죽여 버린다.
알에서 태어난 지 16주가 된 암탉들을 집어넣고 조명을 어둡게 한다. 그런 다음 처음엔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저단백질의 사료를 소량 먹인다. 2주 후부터는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거의 온종일 불을 켜준다. 사료는 고단백질로 준다. 닭들은 봄이 오고 아침이 온줄 알고 곧장 알을 낳기 시작한다. 조작된 계절 속에서 닭장 속의 닭들은 1년에 알 300개가량을 낳는데, 이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2~3배 많은 양이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현대식 양계의 실상이고, 가장 비극적이고 처참한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본보기다. 물론 소 키우는 축사나 양돈장도 양계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철저히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방식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는 것은 원래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취하는 많은 먹을거리들이 자연 상태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고 인위적 조작의 결과로 얻어진 것들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채소나 과일도 예외가 아니다. 시인은 ‘서러운 누군가의 눈물도 모른 채’ 여태 맛나게 잘도 먹었다고 송구해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어쩌면 그들의 화와 좌절과 고통의 결정체를 우리가 먹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먹거리의 생산 유통과정에서 윤리적으로 흠이 없도록 하는 문제도 깊이 생각해볼 과제이다. 양식 있는 환경운동가와 경제학자 그리고 미래학자들은 하루속히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되어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권순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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