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멸치회 / 남길순 본문
멸치회 / 남길순
고추장 양념 속 머리에 띠 두른 멸치들이 쏘아본다
세찬 바다를 헤엄쳐 온 작은 눈빛들
힘없는 것들은 늘 떼로 모여 파닥이지
리어카 행상이 트럭이 되기까지
해보지 않은 일 없다며 비늘을 세운다
불 밝힌 고물 트럭에 앉아 늦은 밤까지 뻥을 튀기면
치는 뻥이라야 아무리 힘을 실어도
고작 한 봉지에 천 원인데
종로 바닥은 파닥이는 재미가 있어
자리싸움은 더욱 치열하고
뱃사람들이 빙 둘러서 그물을 털듯 그들을 털어내면
사대문 안에서 지리멸렬하는
멸치 떼들
텔레비전 속 선거판은 흐드러진 남해 벚꽃 같아
죽방렴 건너 꽃 터널 끝
미조식당에 앉아
포 뜬 멸치의 등을 쳐 먹는다
소주 한 잔에 녹아드는 만만하고 고소한 맛
삐뚤빼뚤 벽을 가득 메운 낙서들은 뭐지?
무슨 할 말을 아프게 눌러 쓴
말라비틀어진 까만 똥
詩로여는세상, 2012, 가을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윤종희 원글보기
메모 :
'좋은 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꽃의 안부/ 고진하 (0) | 2013.04.27 |
---|---|
[스크랩] <친구에 관한 시 모음> 김재진의 `친구에게` 외 (0) | 2013.04.18 |
[스크랩] 인연서설 - 문병란 (0) | 2013.03.30 |
한 수 위 / 복효근 (0) | 2013.03.18 |
감꽃편지 / 류종호 (0) | 2013.03.18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