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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멸치회 / 남길순

오선민 2013. 4. 17. 23:20

멸치회 / 남길순

 

 

고추장 양념 속 머리에 띠 두른 멸치들이 쏘아본다

세찬 바다를 헤엄쳐 온 작은 눈빛들

 

힘없는 것들은 늘 떼로 모여 파닥이지

리어카 행상이 트럭이 되기까지

해보지 않은 일 없다며 비늘을 세운다

불 밝힌 고물 트럭에 앉아 늦은 밤까지 뻥을 튀기면

치는 뻥이라야 아무리 힘을 실어도

고작 한 봉지에 천 원인데

종로 바닥은 파닥이는 재미가 있어

자리싸움은 더욱 치열하고

뱃사람들이 빙 둘러서 그물을 털듯 그들을 털어내면

사대문 안에서 지리멸렬하는

멸치 떼들

 

텔레비전 속 선거판은 흐드러진 남해 벚꽃 같아

죽방렴 건너 꽃 터널 끝

미조식당에 앉아

포 뜬 멸치의 등을 쳐 먹는다

소주 한 잔에 녹아드는 만만하고 고소한 맛

 

삐뚤빼뚤 벽을 가득 메운 낙서들은 뭐지?

무슨 할 말을 아프게 눌러 쓴

말라비틀어진 까만 똥

 

 

 

 

 

 

 

詩로여는세상, 2012, 가을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윤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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