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친구에 관한 시 모음> 김재진의 `친구에게` 외 본문
<친구에 관한 시 모음> 김재진의 '친구에게' 외
+ 친구에게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김재진·시인, 1955-)
+ 친구에게
친구야
너는 나에게 별이다.
하늘 마을 산자락에
망초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별들
그 사이의 한 송이 별이다.
눈을 감으면
어둠의 둘레에서 돋아나는
별자리 되어
내 마음 하늘 환히 밝히는
넌
기쁠 때도 별이다.
슬플 때도 별이다.
친구야
네가 사랑스러울 땐
사랑스런 만큼 별이 돋고
네가 미울 땐
미운 만큼 별이 돋았다.
친구야
숨길수록 빛을 내는 너는
어둔 밤에 별로 떠
내가 밝아진다.
(박두순·시인, 1950-)
+ 친구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네
친구라는 이름 앞엔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아
세월이 부끄러워
제 얼굴을 붉히고 숨어 버리지
나이를 먹고도
제 나이 먹은 줄을 모른다네
항상 조잘댈 준비가 되어 있지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웃을 수 있지
애정이 있으되 묶어 놓을 이유가 없네
사랑하되 질투할 이유도 없네
다만 바라거니
어디에서건 너의 삶에 충실하기를
마음 허전할 때에
벗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신은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을 주셨네
우정의 나뭇가지에 깃든
날갯짓 아름다운 새를 주셨네
(홍수희·시인)
+ 보고 싶은 친구에게
보고 싶은 친구에게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두운 불투명의 고요가 찾아오면
난 버릇처럼 너를 그린다.
너의 모습,
네가 떠난 설움처럼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보고싶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미완성 작품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너.
우리가 이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연인보다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나누자.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친구,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울어 본 적 있는 친구가....
(신경숙·소설가, 1963-)
+ 친구에게
친구야
널 한 번도 미워해 본 적이 없어
나를 멀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네가 밉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미웠어
이렇게 비가 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땐
자꾸 네 생각이 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이
우정이란 걸 넌 아니?
사랑보다 더 깊은 추억을
새겨 준 친구야
(최복현·시인, 1960-)
+ 친구
좋은 일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한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천양희·시인, 1942-)
'좋은 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권혁웅 (0) | 2013.05.30 |
---|---|
[스크랩] 꽃의 안부/ 고진하 (0) | 2013.04.27 |
[스크랩] 멸치회 / 남길순 (0) | 2013.04.17 |
[스크랩] 인연서설 - 문병란 (0) | 2013.03.30 |
한 수 위 / 복효근 (0) | 2013.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