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김남조 - 심장이 아프다 본문
이 아침의 시 / 김남조
심장이 아프다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 우리 몸은 이상이 있을 때 “내가 아프다”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나 사는 일에 내 몰린 우리 자신은 내면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던 것뿐이지요. 병에 걸려 아파보면 알게 되지요. 이 아픔은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으며, 사랑하고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실상 나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는 것에 왜 그리도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지요. 결국 나의 정신은 나의 몸의 말에 집중하게 되고 생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고도 통렬하게 느끼게 되지 않나요?
마치 신의 질투를 받아 힘겨운 노역을 치루어야 하는 헤라클레스처럼 12가지 노역을 끝내고 고단하게 느티나무 그늘아래 몸을 기대면, 고요가 저녁놀처럼 내리고 쿵쿵 뛰는 심장의 소리만 붉은 저녁노을 속으로 스밀 때 "심장이 말한다/교향곡의 음표들처럼/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심장은/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초저녁 어둠처럼 다가오지요. 그리고는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사람의 일상이며/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증류수 되기까지/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바쳐진다고/그리고 삶은 진실로/이만한 가치라고".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ㅡ출처: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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