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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향기

[스크랩] [이송희] 프란츠 카프카

오선민 2013. 6. 12. 10:08

프란츠 카프카


이송희
 

 

안개 숲에 갇힌 밤,

성(城)은 어디 있을까
 

무성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동안
 

흰 눈이 나를 지우고

길은 나를 버렸다
 

매서운 아버지의 눈초리를 뒤로 하고
 

혼자서 책을 읽던

유년의 다락방
 

차디찬 바닥에 엎드려

몰래 쓰던 문장들
 

벌레 같은 아버지가 기어이 죽은 아침

 
호통 치던 목소리에

화들짝 깨어 보니
 

거울엔 회초리처럼 아버지가 있었다

 

 
 
―『시조시학』(2013. 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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