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살다보면 / 시, 낭송 오선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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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시, 낭송 오선민
저녁노을 지는 창문 아래 앉아
빈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정말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곳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터널 속을 달리듯
정신없이 달려 온 이 길이 낯설게 느껴진다
소꿉놀이 하다 삐치면
나 이제 그만 하고 집에 갈래 하면서
뒤도 안돌아 보고 집으로 뛰어가던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말을
아프도록 눌러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에 넝쿨이 감겨 있는 나무를 본다
산다는 것은 저 나무와 넝쿨처럼
서로 엉켜 감싸 안고 살아가는 것
살다 보면 가끔씩은
모든 것 버리고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픈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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