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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 시, 낭송 오선민

오선민 2013. 9.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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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시, 낭송 오선민

 

 

 

저녁노을 지는 창문 아래 앉아

빈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정말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곳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터널 속을 달리듯

정신없이 달려 온 이 길이 낯설게 느껴진다

소꿉놀이 하다 삐치면

나 이제 그만 하고 집에 갈래 하면서

뒤도 안돌아 보고 집으로 뛰어가던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말을

아프도록 눌러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에 넝쿨이 감겨 있는 나무를 본다

 

산다는 것은 저 나무와 넝쿨처럼

서로 엉켜 감싸 안고 살아가는 것

 

살다 보면 가끔씩은

모든 것 버리고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픈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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