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혼자가 아닌 혼자가 된 사람들을 위한 시 본문
혼자가 아닌 혼자가 된 사람들을 위한 시
-지시연
누구나, 가슴에 줄자 하나 대어 보면
헐렁하니 혼자 아닌 사람이 없다
마음 문 열어라
그래서 물그림자가 제 모양대로 오려지면
쌈솔로 바느질한 옥사보 같은 날들이 찾아온다
내가 진정으로 사람과 세상을 사랑했을까
바람 깨물며 산자락을 뒤졌던 용기가 펄럭인다
게다가 통바람골 지나는 밤이면 내가 쓰고도
익지 못한 시들이 하얗게 쌓여갔다
문 열면 다가서는 산목련은 제옷을 벗어놓고
산새 앉아 쉬던 가지마다 겨울이 된 지금
너와 나를 에워싸던 나약한 연민은
빈집의 약속이 되었을까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혼자가 되어
차례차례 눈발로 나부낀다
겨울나무의 눈부신 참회로 허술한 영혼을 지켜 줄 *거룹들이
달팽이가 없는 차가운 뜨락에 그림자로 누워 꼼짝 않는다
*거룹: 계약의 궤를 지키는 거룹들에서 유래. 사람의 얼굴이나 짐승 얼굴에 날개를 가진 초인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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