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청어를 굽다 1 / 전다형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청어를 굽다 1
전다형
청어 살을 발라 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
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
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나가면
내 혀끝에 풀리는 바다
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
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걸려 목이 아팠다
그러나 저녁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청어의 가시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을 찾아가다 만나는 바다의 선물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오늘 밤 이불 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가시 속에서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를 달고 바다로 달아난다
ㅡ출처 : 시집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 2012)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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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아가려면
몇 가지 끝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 중에 하나가 혀끝이다
한 마디로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것인데
누군가에게 가시 박힌 말을 하고 나면
시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답답해진다
마음의 상처를 주었는데 내 마음이 편할 리 있겠는가
가시 박힌 말을 듣고
그 말의 가시가 목에 걸려 하루 종일 아팠다는 고백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시인이 깨달은 것은
청어의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럽고 맛있는 속살처럼
말의 속살에도 숨은 사랑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게다
오늘 밤 이불 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다짐하는 것이다
다 풀린 것이다
먼저 용서하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이 큰 사람이다
아름답다 아니 하겠는가
가시 속에서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를 달고 바다로 달아나는 것을 보라!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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