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비 오는 날의 일기 / 이해인 본문

좋은 시 감상

비 오는 날의 일기 / 이해인

오선민 2014. 7. 19. 15:00

비 오는 날의 일기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 이해인 (수녀, 시인) -

'좋은 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소화 / 백승훈  (0) 2014.07.23
물의 무늬가 바람이다 / 박태진  (0) 2014.07.23
청어를 굽다 1 / 전다형  (0) 2014.07.19
동성로에서 길을 잃었다 / 박상옥  (0) 2014.07.15
목어 / 이은재  (0) 2014.07.1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