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못 / 최석균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못
최석균
내가 사는 집은
못의 힘으로 서 있다
못은
둘을
하나의 상처로 묶는다
상처가 깊을수록
으스러져라 안고
소리를 삼킨다
못은
뒹구는 존재를 세우고
각진 세상을 잇는다
ㅡ출처 : 시집『배롱나무 근처』(문학의전당, 2008)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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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의 운명은 박히는 것이다
박혀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힘찬 망치에 얻어맞아야 사물의 몸속에 뜨겁게 파고든다
사물과 사물을 이어 한 몸이 되게 하는 것
이 시는 각 연이 참 따스하다
사람 사이도 못처럼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테다
강철못이 파고들 때 맛 본
그 고통이나 뜨거운 경험을 맛보지 않고서야
어찌 한 몸이 될 수 있겠나요
친구 사이도 그러할 때 진짜 우정을 나눌 수 있듯이
박힌 못에도 녹이 슬듯 긴 세월 하나가 되어
사랑하며 늙어가다 보면 서로 동화되고 만다
각진 것들 다 허물어지게 사랑하며 살다보면
어느새 맑고 밝은 세상 맞는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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