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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펄럭이는 혀/ 신미균

오선민 2015. 3. 26. 22:14

펄럭이는 혀

 

   신미균

 

 

 

그가, 느닷없이

바늘이 돋아 난

혀로 나의 머리를

찌른다. 나의 머리가 놀라

단번에 뚝, 떨어진다.

 

다이아몬드로 코팅된 혀로는

나의 심장을

얇게 채 썰어 놓고

 

지글지글 끓는 혀로는

시도 때도 없이

나의 숨통을

옆구리를

손가락을

지져댄다.

 

내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으면

화끈하게 사랑한다는 혀가

나의 입술과 눈 사이를

자근자근 다지기 시작한다.

젤리같이 말랑말랑한 혀로

나를 핥아대면서

 

정신 차린 내 머리가 슬금슬금 목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총 공격을 하려 하면

 

어느새, 창문 밖으로 펄럭펄럭

날아가 버리는

그의 혀.

 

 

 

                       —《다층》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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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균 / 1955년 서울 출생.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웃는 나무』『웃기는 짬뽕』.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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