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펄럭이는 혀/ 신미균 본문
펄럭이는 혀
신미균
그가, 느닷없이
바늘이 돋아 난
혀로 나의 머리를
찌른다. 나의 머리가 놀라
단번에 뚝, 떨어진다.
다이아몬드로 코팅된 혀로는
나의 심장을
얇게 채 썰어 놓고
지글지글 끓는 혀로는
시도 때도 없이
나의 숨통을
옆구리를
손가락을
지져댄다.
내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으면
화끈하게 사랑한다는 혀가
나의 입술과 눈 사이를
자근자근 다지기 시작한다.
젤리같이 말랑말랑한 혀로
나를 핥아대면서
정신 차린 내 머리가 슬금슬금 목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총 공격을 하려 하면
어느새, 창문 밖으로 펄럭펄럭
날아가 버리는
그의 혀.
—《다층》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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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균 / 1955년 서울 출생.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웃는 나무』『웃기는 짬뽕』.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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