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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들의 놀이터 | 강인한 대표시 100선, 출간

오선민 2015. 7. 8. 09:20

강인한 대표시 100선

신들의 놀이터

 

책만드는집| 2015-6-22

정 가  |        12,000원

  • ISBN: 9788979445329
  • 본문 232쪽 | 302g
  • 126 x 210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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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 대표시 100선, 『신들의 놀이터』출간

       소박한 꿈과 시민의식을 거쳐 인류애로 확산한 50년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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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 시인이 대표작으로 내놓고 싶은 시 100편을 시인 스스로 뽑아서 묶은 시선집 『신들의 놀이터』가 ‘책만드는집’에서 출간되었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그 당시 사회적으로 예민한 월남 파병 문제를 다룬 시 ‘대운동회의 만세 소리’로 당선한 강인한 시인은 역사 현실을 다루되 철저히 미학적으로 승화된 시를 고집하며 그동안 『불꽃』『입술』『강변북로』등 아홉 권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등단 1년 전에『이상기후』라는 30편 수록의 작은 시집을 낸 바도 있다. 지금까지 낸 아홉 권의 시집에서 중요한 징검돌이 될 만한 시편들을 골고루 뽑아서 엮은 시선집, 이 '강인한 대표시 100선'은 시인 개인의 진솔한 삶에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개인 서사와 보편적인 현실로서의 역사가 조응하는 면도 지니고 있다.

     

       유년시절의 6.25 전쟁, 4.19혁명, 5.16 쿠데타로 맞은 군사정권, 월남파병과 한일회담, 3선 개헌과 유신 독재, 10.26 유신의 종말, 신군부와 88올림픽, IMF 그리고 21세기의 현대를 살아오면서 현실세계에 반응하는 시편들은 “역사의 흙탕물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아프게 견디면서도 꿈(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노심초사의 산물들이라고 시인은 고백한다. 특히 5. 18 광주의 아픔을 몸으로 겪은 시인으로서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시집 『칼레의 시민들』에 앞서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의 실상을 쓴 ‘데사파레시도스’는 《목요시》6집 (1986, 청하)에 발표되어 ‘광주 오월’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어 당시 뜻있는 문청들의 심금을 울리기기도 했다.

     

       이번에 펴내는 시선집의 표제작인 ‘신들의 놀이터’는 2008년 성탄 무렵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때 열화우라늄탄, 백린탄 등을 사용하여 처참한 희생자들의 모습이 보도된 외신 기사를 보고 쓴 작품. 젊은 시절 “아내의 귓밥”을 파는 소박한 서정(‘귓밥 파기’)의 아름다움을 꿈꿔 온 시인이 시업 50년에 걸쳐 영원한 생명과 사랑(‘발다로의 연인들’, ‘오페라의 유령’ 등), 더 나아가 인류애의 세계(‘신들의 놀이터’)로 그 시세계를 확산하는 장면을 이 시선집은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주고 있다.

     

     

    |차례|

     

    시인의 말

     

    1부

    봄날/ 풀밭 위의 점심 식사/ 한밤의 블랙러시안/ 유턴을 하는 동안/ 샤르트뢰즈의 나무 한 그루/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암스테르담/ 강변북로/ 브릭스달의 빙하/ 손을 그리는 손/ 죽은 나무를 위한 아르페지오/ 검은 현존/ 빈 손의 기억/ 장미의 독/ 발다로의 연인들/ 일 획/ 사랑의 기쁨/ 마리안느 페이스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붉은 방/ 오후의 실루엣/ 신들의 놀이터/ 8번 출구로 가는 길/ 루체비스타/ 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2부

    모든 구름에는 은빛 자락이 있다/ 아랫것은 불편하다/ 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오페라의 유령/ 병 속에 고양이를 키우세요/ 붉은 사막을 건너는 달/ 풍란/ 이스터 섬의 바위얼굴/ 산수유꽃 피기 전/ 누락/ 거리에 비를 세워두고/ 호박꽃 속에 갇힌 벌/ 보랏빛 남쪽/ 고양이떼/ 가을에 관한 소견/ 봄 회상/ 기계도시속에서/ 이것은 꿈입니다/ 카인의 새벽/ 배반의 세월 속에/ 까마귀떼 날다/ 조개/ 지상의 봄/ 뇌 없는 여름/ 떠도는 이를 위하여 1

     

    3부

    저녁 비가/ 우리나라 날씨/ 북풍/ 데사파레시도스/ 귀/ 해 지는 곳으로 가서/ 백작 이완용의 달/ 떠서 흐르는 것이 상한 물고기뿐이랴/ 초산/ 청산후곡/  팬지꽃/ 전라도여, 전라도여/ 리사이틀/ 냉장고를 노래함/ 통화 중/ 남행 길/ 밤 버스를 타고/ 밤길/ 이빨/ 팬터마임/ 하수구를 뚫으며/ 칙어/ 검은 달이 쇠사슬에 꿰어 올린 강물 속에/ 물상/ 여섯 개의 하늘

     

    4부

    비오는 날의 소네트/ 대운동회의 만세소리/ 불꽃 1/  불꽃 2/ 불꽃 6/ 불꽃 15/ 불꽃 21/  뱀 1/ 뱀 3/ 할멈의 눈/ 불길 속의 마농/ 대결/ 이사벨/ 이민 가족/ 빨간 기타를 치는 여자/ 어린 왕자/ 율리, 율리/ 깊은 밤 눈이 내린다/ 램프의 시/ 눈물, 여자의 눈물/ 귓밥 파기/  바닷속의 언어/ 밤을 질주하는 나르시스의 바다/ 1965/ 내 이마의 꽃밭에서

     

    <해설> 따뜻한 세계를 위한 길 찾기 | 신덕룡

    강인한 시인 연보

    작품의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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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사]

     

      정통미학을 통해 드러난 삶의 진정한 실체를 만난다

     

     

       균형 잡힌 상식적인 느낌과 생각을 지닌 채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진 세상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인간 본래의 길을 찾아가려  발버둥 칠 때, '괴로운 양심의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뒤틀린 역사의 아이러니와 가소로운 현실의 허위 앞에서 적당히 눈감지 못하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과 연대 감정을 강인한 시인만큼 예리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대표시 100선'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현실 비판적 목소리는 그러나 사이비 참여시의 거친 고함소리 따위와는 전혀 그 시적 품격이 다르다. 비근한 사물과 풍경의 배후에 감춰진 삶의 진정한 실체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통찰력과 그 형상 능력은 가히 빼어난 연금술사의 솜씨라 하겠다. 그가 공들여 빚어놓은 한편 한편마다에서 우리는 정통미학을 지탱하면서 상상력의 깊이를 보여주는 예술품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 이가림(시인, 인하대 명예교수) 

     

     

      [시인의 말]

     

      시는 언어의 보석, 그 속에서 빛나는 건 시인의 영혼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뼈와 살이 있고 피가 돌고, 바늘로 찌르면 아픔을 느낄 줄 알며 한 방울 더운 선혈이 솟는 그런 사람이라야 한다. 수백 명 꽃다운 아이들이 수장돼 죽어가도 그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시구도 외면하며 그따위 시사적인 일상과는 담을 쌓고 오로지 자기의 성채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순수시만을 쓰는 시인이 있다면 그는 참다운 시인일 수 없다. 그는 시인 이전의 사람을 초월한 자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공장에서 기계라든가 공산품을 생산하듯이 각을 세워 기획하고 거기에 맞춰 시를 제작하는 이들도 더러 있는 모양이지만 그게 사람일 것인가, 목적과 용도에 맞춰 공장에서 시를 제작하는 한갓 로봇일 뿐. 한 사람의 일생을 이리저리 각도와 방향을 재고 계산하여 기획한다는 게 어떻게 가당할 것인가. 희로애락의 정서를 배제하고 천상의 관념만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그는 시인은 차치하고 사람이 아닌 별스러운 비인간일 것이다.

       

       돌아보면 평생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뿐이었다. 이제 한번쯤 서서히 스스로의 시를 정리해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 내 손으로 백 편의 시를 고른다.  이 시선집 전체를 조감하는 평문을 새로 청탁하여 책 뒤에 붙일까도 생각했으나 본의 아닌 부담을 지울 것 같기에 다른 글로 대신한다. 시집 『불꽃』부터『황홀한 물살』까지의 흔적을 조명해준 신덕룡 교수의 2004년 원고를 다시 여기에 올린다. 그리고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가 더 있지만 『입술』한 권에 국한하여 2010년에 조창환 교수가 쓴 짤막한 평문 한 꼭지를 덧붙인다. 두 분에게 감사한다.

       50년 가까이 오욕의 역사와 길항하여 시를 쓰면서도 나름대로 지녀온 신념을 오늘 다시 내 앞에 불러 세운다. 시란 무엇이며 시인은 누구인가를.

     

        —시는 언어의 보석이다. 그 속에서 빛나는 것은 시인의 영혼이다.

     

                2015년 봄

                강인한

     

     

    시집 속의 두 편

     

    귓밥 파기

     

    나는 아내의 귓밥을 판다.
    채광가(採鑛家)처럼 은근히
    나는 아내의 귓구멍 속에서
    도란거리는 첫사랑의 말씀을 캔다
    더 멀리로는 나에 대한 애정(愛情)이 파묻혀 있는
    어여쁜 구멍
    아내의 처녀 적 소문을
    들여다보다가
    슬며시 나는 그것들을 불어버린다.
    아, 한숨에 꺼져버리는
    고운 여인의 은(銀)부스러기 같은 추억(追憶).

        (1966년 시집『이상기후』에서)

     

     

    신들의 놀이터

     

    태초에 말씀이 있어도 좋고 
    장엄한 노을 아래 배경음악을 까는 것도 좋겠지 

    삼면을 장벽으로 세우고 
    한 쪽은 바다가 좋아 평화로운 바다 지중해 

    대낮의 길거리 아무데도 도망칠 곳이 없는 거리에 
    아이들이 달리면서 손을 흔들어 
    날아오는 비행기를 향해 키득키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하마스의 로켓탄을 던져봐 
    그리고 이스라엘의 열화우라늄폭탄도 몇 개 
    백린탄은 반짝반짝 폭죽처럼 아름답지 
    밤의 커튼 아래로는 신성한 달빛을 좀 흘려줄까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 
    철근이 꽃대처럼 목을 뽑아 내다보는 거기 
    어린 사내아이의 연한 뱃가죽에서 
    삐져나온 창자를 물고 가는 개 
    포도알처럼 달콤한 소녀의 눈을 파먹는 쥐들 

    끔찍하게 즐거워서 으스스 소름이 돋는 놀이터 
    이 풍성한 성찬에 당신들을 초대하고 싶어 
    유서 깊은 원한을 그윽한 향불로 피우며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봐, 붉은 피와 흰 뼈가 검게 타고 
    증오가 다윗의 별로 빛나는 그곳.

     

        (2009년 시집『입술』에서)

     

     

     

     

      시인 강인한은...

     

       194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동길.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입술』 『강변북로』,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가 있다. 37년간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2004년 2월 명예퇴직을 하였다.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카페 <푸른 시의 방> 운영을 통하여 우리 현대시의 참되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메일 poemory@hanmail.net       카페 '푸른 시의 방' http://cafe.daum.net/poemory

     

      * 프로필 사진은 요르단 제라쉬에서 아들 강승일의 촬영 _ 2015.4.29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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