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아들아 / 이미경 본문
아들아! / 이미경
아들아! 너 없는 이 곳에 꽃이 핀단다.
아들아! 너 떠난 이 곳에 바람이 분단다.
너를 잃고 주저앉은 내 가슴 속에는 어둠만이 가득한데
여전히 이 나라에는 해가 뜬단다.
여전히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한단다.
햇살 가득한 바다에는 파도가 밀려오고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모래알이 반짝인단다.
네가 없었다면 이 나무와 숲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었을까.
네가 없었다면 저 바다와 갈매기는
누구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아들아!
나라가 있어 내가 너를 낳을 수 있었기에
네가 있어 이 나라를 지키고 어미를 지켰구나.
나라가 있어 네 이름을 가질 수 있었기에
네가 있어 이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이 민족을 지켰구나.
아들아! 살아있어서 네가 나의 기쁨이었다면
죽어서는 나라의 기쁨이 되었구나.
살아있어서 네가 나의 아들이었다면
죽어서는 모두의 아들이 되었구나.
네가 꽃을 피워주었구나.
네가 바람이 되어주었구나.
네가 빛으로 떠올랐구나.
네가 하늘이 되고 드넓은 땅이 되어주었구나.
모두의 생명이 되고
스러지지 않을 사랑이 되어주었구나.
아들아! 나는 너의 어미가 되어 기쁘구나.
내가 너의 나라가 되어 기쁘구나.
죽어서도 너는 살아 있구나.
보이지 않아도 함께 있구나.
이제 다시 너를 얻는다.
내 가슴에서 다시 너를 낳는다.
이제 더 이상 어둠은 없다.
다시 너를 낳았으니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리라.
아들의 태양. 어미의 태양. 영원한 역사의 태양.
너는 이 나라에 지지 않을 빛으로 남으리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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