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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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에게/강인한
- 아아 역사여.4
1909년 10월 26일 그대는 알까 몰라
대륙에 불던 바람
피 묻은 바람 소리를,
아, 성계(成桂)여
그대의 회군은 잘못이었어.
압록강을 뒤돌아 건너오는 그대의 칼
녹슨 칼로
가리킨 것은 끝끝내 대의(大義)였던가
죽어도 명분(名分)이었던가.
1909년 10월 26일
차가운 동풍이 불고
찬바람 속에 거꾸러진 쥐 한 마리
육백 년 전의 그대를 손가락질하데.
무인의 길과
제왕의 길이 이미 다름을
아 그대가 꿈엔들 알았으랴.
만주벌을 뒤덮은 고구려 병사들의
고함 소리 햇빛으로 날리는데
중국 대륙의 외딴 곳 산동반도 그 어디쯤
백제 동성왕의 너털웃음은
바람 소리
1909년 10월 26일
대륙에 불던 피묻은 바람 소리.
그대의 회군은
잘못이었어. 백 번, 천 번 잘못이었어.
아, 성계(成桂)여.
*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만주의 하얼삔에서 이등박문을 사살한 날.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서봉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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