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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이발소 가는 날/서봉교

오선민 2010. 5. 13. 08:02

 

 

이발소 가는 날/서봉교 

 

*주천에서

유일하게 세 개 있는 이발소는

매월 7일 날은 사이좋게 문을 닫는다

 

6일장을 놓친 *아랫골 김영감

잠긴 문을 당겨 보지만

용빼는 재주는 없는 듯

칠십도 넘은 탓에 미용실 갈 엄두도 못 내고

 

이젠 할망구 이빨만큼

듬성듬성 남은 턱 수염을 쓸어 담으며

쩝쩝 입맛을 다시며

허 참 !

나오지도 않는 애꿎은 헛기침에

새 시장 대폿집의 정선과수댁이 생각나고

 

혈압 약 사오라고

세종대왕 몇 분 쥐어주던

할망구 체온은

아직 오른손바닥에 남았는데

 

내 오늘은 필시

이 년과 독대해서

요절낸다고 객기를 부리면서

대포 먹고 남은 돈으로 약을 사 가리라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하고 나서야

정선집으로 향하는데

 

 

오늘따라

다 죽고 몇 남지 않은 친구 놈들도

보이질 않으니

이런 횡재를 !

 

돌아서는 그 모습을

이발소 네온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망산의 *빙허루랑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주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지면 아직도 5일장이 열림

*아랫골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 2리 옛지명

* 望山: 주천면 신일리 입구에 위치

*빙허루:빙허루는 주천면에서 주천교를 지나자 마자 우측에 있는 망산(해발 304m) 정상에 위치한다

 

출처 : 월간 조선문학 2010년 3월호발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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