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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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가는 날/서봉교
*주천에서
유일하게 세 개 있는 이발소는
매월 7일 날은 사이좋게 문을 닫는다
6일장을 놓친 *아랫골 김영감
잠긴 문을 당겨 보지만
용빼는 재주는 없는 듯
칠십도 넘은 탓에 미용실 갈 엄두도 못 내고
이젠 할망구 이빨만큼
듬성듬성 남은 턱 수염을 쓸어 담으며
쩝쩝 입맛을 다시며
허 참 !
나오지도 않는 애꿎은 헛기침에
새 시장 대폿집의 정선과수댁이 생각나고
혈압 약 사오라고
세종대왕 몇 분 쥐어주던
할망구 체온은
아직 오른손바닥에 남았는데
내 오늘은 필시
이 년과 독대해서
요절낸다고 객기를 부리면서
대포 먹고 남은 돈으로 약을 사 가리라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하고 나서야
정선집으로 향하는데
오늘따라
다 죽고 몇 남지 않은 친구 놈들도
보이질 않으니
이런 횡재를 !
돌아서는 그 모습을
이발소 네온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망산의 *빙허루랑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주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지면 아직도 5일장이 열림
*아랫골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 2리 옛지명
* 望山: 주천면 신일리 입구에 위치
*빙허루:빙허루는 주천면에서 주천교를 지나자 마자 우측에 있는 망산(해발 304m) 정상에 위치한다
출처 : 월간 조선문학 2010년 3월호발표글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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