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거리의 식사 본문
거리의 식사
이민하
하나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펼 때는 마찬가지
굶은 적 없는 사람도 며칠을 굶은 사람도
먹는 건 마찬가지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달려간다
메뉴로 꽉 찬 식당에 모여
이를 악물고 한 끼를 씹는다
하나의 혀를 가진 사람도 세 개의 혀를 가진 사람도
식사가 끝나면 그만
그릇이 비면 조용히 입을 닥치고
솜털처럼 우는 안개비도 천둥을 토하는 소나기도
쿠키처럼 마르면 한 조각 소문
하나의 우산을 접고
한 켤레의 신발을 벗고
하나의 방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방을 가진 사람도
잠들 땐 마찬가지
냅킨처럼 놓인 침대 한 장
—《현대시》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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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 1967년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음악처럼 스캔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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