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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거리의 식사

오선민 2010. 7. 28. 19:16

거리의 식사

 

   이민하

 

 

 

하나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펼 때는 마찬가지

굶은 적 없는 사람도 며칠을 굶은 사람도

먹는 건 마찬가지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달려간다

메뉴로 꽉 찬 식당에 모여

이를 악물고 한 끼를 씹는다

 

하나의 혀를 가진 사람도 세 개의 혀를 가진 사람도

식사가 끝나면 그만

그릇이 비면 조용히 입을 닥치고

 

솜털처럼 우는 안개비도 천둥을 토하는 소나기도

쿠키처럼 마르면 한 조각 소문

 

하나의 우산을 접고

한 켤레의 신발을 벗고

 

하나의 방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방을 가진 사람도

잠들 땐 마찬가지

냅킨처럼 놓인 침대 한 장

 

 

 

                                       —《현대시》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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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 1967년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음악처럼 스캔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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