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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越冬/원무현

오선민 2010. 12. 20. 23:22

越冬

 

 

   원무현

 

 

 

추운 날 여자를 데워주는 선물로는

 

極地의 얼음덩이 속에서도 종족번식을 멈추지 않는

 

물개 좆 껍데기로 만든다는 입생로랑가죽장갑

 

그것 이상 없다는 말, 피혁공장 다니는 순이에게 듣긴 들었으나

 

철수가 추운 순이에게 건넨 것은

 

눈보라 휘날리는 깡통시장 리어카에서 오천 원 주고 산 짝퉁,

 

입쑝롤랭가죽장갑. 그런데도 순이는 아무런 말없이

 

철수 어깨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 주며 극장으로 이끌었다지

 

남자 체면이 영 아닌 철수씨

 

凍土를 녹이는 가난한 연인들의 용광로 같은 사랑이야기를 보는 내내

 

사나이 뜨거운 눈물이 왈칵왈칵 솟구쳤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지

 

어깨가 조금이라도 들썩인다면

 

머리를 기대고 있는 순이, 눈에 낀 콩깍지가 떨어질 것만 같아서

 

 

 

그 해 겨울 내내

 

우리들의 철수와 순이는 무지무지 뜨거웠다지

 

아흐 눈밭이란 눈밭 죄다 이부자리로 보였다지

 

그랬었다지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서봉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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