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越冬/원무현 본문
越冬
원무현
추운 날 여자를 데워주는 선물로는
極地의 얼음덩이 속에서도 종족번식을 멈추지 않는
물개 좆 껍데기로 만든다는 입생로랑가죽장갑
그것 이상 없다는 말, 피혁공장 다니는 순이에게 듣긴 들었으나
철수가 추운 순이에게 건넨 것은
눈보라 휘날리는 깡통시장 리어카에서 오천 원 주고 산 짝퉁,
입쑝롤랭가죽장갑. 그런데도 순이는 아무런 말없이
철수 어깨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 주며 극장으로 이끌었다지
남자 체면이 영 아닌 철수씨
凍土를 녹이는 가난한 연인들의 용광로 같은 사랑이야기를 보는 내내
사나이 뜨거운 눈물이 왈칵왈칵 솟구쳤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지
어깨가 조금이라도 들썩인다면
머리를 기대고 있는 순이, 눈에 낀 콩깍지가 떨어질 것만 같아서
그 해 겨울 내내
우리들의 철수와 순이는 무지무지 뜨거웠다지
아흐 눈밭이란 눈밭 죄다 이부자리로 보였다지
그랬었다지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서봉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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