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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악기벌레심장 (외 1편) / 이수정 본문

좋은 시 감상

시계악기벌레심장 (외 1편) / 이수정

오선민 2011. 1. 14. 04:44

시계악기벌레심장 (외 1편)

 

   이수정

 

 

 

부서진 첼로에서 살아남은 음악은

상체를 내민 채 구조되었다

첼로는 음악을 감싸 안고 있었다고 한다

음악은 뿌리내려

여름 나무가 되었다

두근두근

나무에겐

시계이자 악기인 심장이 있어

두근두근

6시를 가리키면

반으로 갈라진 시간의 양쪽에서

여명과 황혼이 일시에

하늘을 물들였다

눈뜨는 감각, 눈감는 생각

탈출하는 빛, 감도는 어둠

구체적이고 추상적인 감정이

일시에 튀어 올라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 하늘은 부드러운 금속으로 빛났다

검고 큰 뿔, 자이언트 장수하늘소 한 마리

첼로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서정시학》 2010년 겨울호

 

 

  

 

 

   거기서는 늘 그릇이 깨진다. 움츠리고 있던 발톱이 튀어나온다. 비명이 터져나온다. 심장에 박힌 것들을 뽑아내며, 돌아가지 않으리라,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을 혀로 핥고 귀에 묻은 피를 닦는다. 깨진 것들이 쌓이는 곳, 거기에 고양이들이 산다.

 

   쓰레기봉투가 집 앞에 쌓인다. 새벽이면 사라지리라. 밤보다 조용하고 새벽보다 빠른 고양이가 질긴 비닐 속에 담긴 억압의 냄새를 맡는다. 발톱을 세우고 비닐 곁으로 다가간다. 고양이는 봉투를 찢고 싶다. 버려지기 위해 쌓인 것들을 흐트러뜨리고 싶다.

 

  

 

                                          —《시작》 200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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