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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말아라 원추리꽃 /강인한 본문

좋은 시 감상

시들지 말아라 원추리꽃 /강인한

오선민 2011. 1. 14. 05:16

 

-원추리 1914-1917, 캔버스에 유화 150*140 마르모땅 미술관, 파리 

 

 

 

 시들지 말아라 원추리꽃 /강인한


백 년 전에도 너는 그렇게 아름다웠다
서울시립미술관 이층 전시실에서
발뒤꿈치의 시간을 뜯어내고 내려온
모네의 원추리꽃
시들지 말아라 여인이여
해 뜨면 하늘 푸르러지고
죽었던 짐승도 노래 속에 다시 살아난다
내가 돌아볼 때까지 눈물을 닦고
거기 서 있어라 길고도 슬픈 목을 세우고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살그머니 돌층계에 앉는 바람
당신이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 한 잔
우리들 사랑도 이처럼 쓰고 또한 달콤했거니
세월이 가도 시들지 말아라
꽃이여 내 여인이여
아직은 당신의 이름 불러줄 사람
저 어두운 지하철역 출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시들지 말아라 오랜 옛날에도 아름다웠던 사랑
오늘 다시 네 앞에 꽃피울 사람 있으니


 

바흐-G선상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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