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겨울 아침 / 나희덕 본문
겨울 아침 / 나희덕
어치 울음에 깨는 날이 잦아졌다
눈 부비며 쌀을 씻는 동안
어치는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
어미새가 소나무에서 단풍나무로 내려앉자
허공 속의 길을 따라
여남은 새끼들이 푸르르 단풍나무로 내려온다
어미새가 다시 소나무로 날아오르자
새끼들이 푸르르 날아올라 소나무 가지가 꽉 찬다
큰 날개가 한 획 그으면
모화模畵하듯 날아오르는 작은 날개들,
그러나 그 길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가 곧 오리라
저 텃새처럼 살 수 있다고,
이렇게 새끼들을 기르며 살고 있다고,
쌀 씻다가 우두커니 서 있는 내게
창밖의 날개 소리가 시간을 가르치는 아침
소나무와 단풍나무 사이에서 한 생애가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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