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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봄 (외 1편)

오선민 2011. 2. 21. 03:23

(외 1편)

   곽해룡

 

 

 

봄은 틀림없이

힘이 셀 거야

 

할머니한테 끌려 다니던 염소

뿔 두 개 달더니

할머니를 끌고 다니잖아

 

틀림없이 봄은

고집이 셀 거야

 

봄이란 글자를 잘 봐

뿔 달린 염소처럼

몸 위에 뿔 두 개 달았잖아

 

 

 

동물원

—캥거루

 

 

 

한 번 누르면 심이 나오고

한 번 더 누르면 들어가는

볼펜 안에는

통통 튀는 힘을 가진

스프링이 하나씩 들어 있다

 

한번은

아주 오랫동안 쓰지 않던 볼펜이

눌러도 심이 들어가지 않아 열어보니

스프링이 녹슬어

그 통통 튀는 힘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높이뛰기 선수인 캥거루 몸 안에는

볼펜처럼 스프링이 하나씩 들어 있을 것 같다

나는 캥거루가

통통 튀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철망에 갇힌 캥거루는

한 번도 튀어 오르지 않는다

 

긴 다리를 접고 앉아

구경거리가 되는 동안 캥거루는

스프링이 녹슬어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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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해룡 / 1965년 전남 해남 출생. 2007년 제15회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08년 동시 「면발 뽑는 아저씨」 외 9편으로 제6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2009년 오늘의 동시문학상 신인상, 김장생문학상, 연필시문학상을 수상. 동시집 『맛의 거리』『입술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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