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봄 (외 1편) 본문
봄 (외 1편)
곽해룡
봄은 틀림없이
힘이 셀 거야
할머니한테 끌려 다니던 염소
뿔 두 개 달더니
할머니를 끌고 다니잖아
틀림없이 봄은
고집이 셀 거야
봄이란 글자를 잘 봐
뿔 달린 염소처럼
몸 위에 뿔 두 개 달았잖아
동물원
—캥거루
한 번 누르면 심이 나오고
한 번 더 누르면 들어가는
볼펜 안에는
통통 튀는 힘을 가진
스프링이 하나씩 들어 있다
한번은
아주 오랫동안 쓰지 않던 볼펜이
눌러도 심이 들어가지 않아 열어보니
스프링이 녹슬어
그 통통 튀는 힘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높이뛰기 선수인 캥거루 몸 안에는
볼펜처럼 스프링이 하나씩 들어 있을 것 같다
나는 캥거루가
통통 튀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철망에 갇힌 캥거루는
한 번도 튀어 오르지 않는다
긴 다리를 접고 앉아
구경거리가 되는 동안 캥거루는
스프링이 녹슬어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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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해룡 / 1965년 전남 해남 출생. 2007년 제15회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08년 동시 「면발 뽑는 아저씨」 외 9편으로 제6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2009년 오늘의 동시문학상 신인상, 김장생문학상, 연필시문학상을 수상. 동시집 『맛의 거리』『입술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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