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임영조의 「매미소리」감상 / 권순진 본문

시 비평

임영조의 「매미소리」감상 / 권순진

오선민 2012. 8. 14. 10:25

임영조의 「매미소리」감상 / 권순진

 

          매미소리

 

                                       임영조

 

감나무 가지 매미가 악쓰면

벚나무 그늘 매미도 악쓴다.

그 무슨 열 받을 일이 많은지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운다.

조용히들 내 소리나 들어라

매음매음… 씨이이… 십팔십팔

저 데뷔작 한 편이 대표작일까

경으로 읽자니 날라리로 읽히고

노래로 음역하면 상스럽게 들린다.

 

— 시집『그대에게 가는 길』(천년의 시작, 2008)

 

 

..................................................................................................................................................................................................................................................................................

휘파람새는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한다. 암컷은 수컷의 가창력도 살피지만 무엇보다 레퍼토리의 다양성에 더 점수를 준다. “호오, 호케꼬, 케꼬” 노래하며 간간히 바이브레이션을 넣기도 한다. 노래를 잘하는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의 고행은 매미도 마찬가지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며 안도현 시인이 ‘사랑’이란 시에서 말했듯 막바지 여름 더위와 함께 매미 울음이 한껏 물이 올랐다. 밤낮없이 줄기차다.

오랜 땅속 굼벵이 생활 끝에 지상에서의 한 달 남짓한 삶이니 암놈을 부르는 러브콜이 저토록 타는 목마름일 수밖에. 그래서 열 받을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열을 낸다고 해야 옳겠다. 만약 정말로 열 받은 매미가 있어 ‘씨이이...씹팔씹팔’ 한다면 아마도 구애 작업이 신통찮아서일 게다. 시인은 그 소리가 마치 데뷔작 한 편 달랑 대표작으로 내놓고 내내 우려먹는 시인의 경전처럼, 소품종 소량 생산으로 오랫동안 심각하게 남은 시인의 넋두리처럼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인즉슨 어디 그러기야 하겠나.

우리 귀에는 같은 레퍼토리의 매미소리가 귀에서 공명하듯 들리지만 매미들이 들을 때는 그게 아닐 것이다. 세상천지 널려진 수많은 시들이 한 통속으로 그게 그것인양 귀에서 맴맴 대는 것같이 들려도 그들 시 속에는 각각의 세계와 노래가 담겨 있듯이 매미들에게는 저 소리가 결코 ‘날라리로 읽히’거나 ‘상스럽게 들리’지만은 않으리라. 사람에겐 저 소리가 80데시벨의 소음으로 들려 짜증나기도 하겠지만 저들이 목청껏 뽑아내는 필사적인 노래에 대고 인간이 대놓고 시비를 걸거나 강제로 추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천태산 도룡뇽을 살리자고 수백억의 돈이 들어가기도 했는데 기껏 한 달 남짓의 말매미 노래하나 못 들어줄까. 매미가 저렇게 울어대는 것도 실은 지구온난화현상에 따른 기온 상승 때문이라고 한다. 매미의 체온이 일정수준 이상이라야 울음을 울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저렇게 울어재끼는 것이란다. 또 그래야 구애가 되고 사랑도 이뤄져서 스스로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키워갈 수 있겠다. 다 이 더위 탓이려니 하고 참아야지 별 도리 없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