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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중의 「독립」감상 / 장철문 본문

시 비평

윤석중의 「독립」감상 / 장철문

오선민 2012. 8. 16. 17:28

윤석중의 「독립」감상 / 장철문

 

    독립

 

                                             윤석중(1911~2003)

 

길가에

방공호가 하나 남아 있었다.

집 없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거적을 쓰고 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아이 하나가

제비 새끼처럼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독립은 언제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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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턱 막힌다. 착잡하다. 이 시가 발표된 1946년이면 해방이 되긴 했으나, 환란 지경이었다. 일본이나 간도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빈민굴로 스며들어 다리 밑이나 방공호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이원수는 이를 두고 “서울엔 집도 많건만/ 내 나라 찾아와서 방공호 살이”(‘민들레’)라고 읊었다. 화자는 그 방공호를 지나면서, 아이 하나를 만난다. 봄은 왔으나, 봄이 온 것 같지 않다고 했던가. 일제강점기에는 ‘민족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모든 것에 앞서는 염원이었고, 그 꿈을 마음에 품고 온갖 기약을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의 정황은 참담했다. 좌우의 갈등과 절대빈곤…. 그래서 아이는 묻는다. “독립은 언제 되나요?” 지금 우리는 그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남북은 아직 휴전 중이다. 온전한 민족국가 수립의 염원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무너져가는 방공호에서 꾀죄죄한 얼굴을 내민 아이가 묻는다. “통일은 언제 하나요?”

 

장철문 (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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