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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문장 / 이종암 본문

좋은 시 감상

꽃잎의 문장 / 이종암

오선민 2013. 7. 18. 20:44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꽃잎의 문장

 

 

이종암

 

 

 

 

길 위에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잎도 없는 가지에

벚, 벚, 벚 서라벌 거리에 활짝 핀

저 벚꽃들, 키

큰 하얀 빗자루다

 

 

저리도 환하게 실컷 웃다가

제 힘만큼만 하늘 쓸다가

때 되면 훌쩍 몸 날려

풀- 풀

뛰어내리는 꽃잎

꽃잎들

 

 

우주의 맑은 낯바닥에

오고 가는 일의 속내를 쓰고 있다

 

 

 

 

 

 

-출처 : 시집『몸꽃』(애지,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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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로 줄 선 저 벚꽃의 무리들

유치원 아이들 같다, 말 잘 듣는

꽃은 말해서 무엇 하리

땅과 하늘의 말을 가장 잘 듣는

모범생인데

 

 

서라벌은 하늘이 점지한

왕들의 마을

그 천지에서 허공을 빗질하는

저 벚꽃의 환한 웃음

질 때도 저 웃음은 지우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가 인산인해다

벚꽃과 사람의 바다가 한 동안 출렁인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결코

맑은 벚꽃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는다

품어 안는다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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