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꽃잎의 문장 / 이종암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꽃잎의 문장
이종암
길 위에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잎도 없는 가지에 벚, 벚, 벚 서라벌 거리에 활짝 핀 저 벚꽃들, 키 큰 하얀 빗자루다
저리도 환하게 실컷 웃다가 제 힘만큼만 하늘 쓸다가 때 되면 훌쩍 몸 날려 풀- 풀 뛰어내리는 꽃잎 꽃잎들
우주의 맑은 낯바닥에 오고 가는 일의 속내를 쓰고 있다
-출처 : 시집『몸꽃』(애지,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
일렬로 줄 선 저 벚꽃의 무리들 유치원 아이들 같다, 말 잘 듣는 꽃은 말해서 무엇 하리 땅과 하늘의 말을 가장 잘 듣는 모범생인데
서라벌은 하늘이 점지한 왕들의 마을 그 천지에서 허공을 빗질하는 저 벚꽃의 환한 웃음 질 때도 저 웃음은 지우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가 인산인해다 벚꽃과 사람의 바다가 한 동안 출렁인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결코 맑은 벚꽃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는다 품어 안는다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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