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초승달이 나를 밝힌다 / 김봉용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초승달이 나를 밝힌다
김봉용
청 바바리 옥수수가
길 가에서 손을 흔든다
충주집 초가지붕 위로
조롱박들이 두런두런 손님 기다리고
원두막 옆으로 조롱말 같은 초승달이
달구지에 추억 가득 실어 나른다
물레방아 기억 위로
세월 강 흐르고
실개천이 눈물 흘려 내리면
흥정천이 다 받아 마신다
메밀이 까맣게 영글어 가는
밭둑 위로 미리내 촘촘히 밀려든다
하룻밤 정분에 긴 세월 되는
아내가 초승달로 웃고 있다
-출처 : 『詩하늘』(2012. 겨울)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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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정분에 긴 세월 되는
아내가 초승달로 웃고 있다
이 이야기하려고 화자는 애써
서정을 끌어들여 배경을 깔고 있다
참 좋았던 모양이다
평생을 같이 할 사람
기쁘게 맞는다는 건 복이다
저 서정에 녹지 않은 머슴아 있었던가
저 서정에 기다리지 않은 머슴아 있었던가
초승달로 웃는 아내를 얻은
화자의 심장이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참 좋은 밤이었을 게다
두고 두고 못 잊을 밤이었을 게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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