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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 나를 밝힌다 / 김봉용 본문

좋은 시 감상

초승달이 나를 밝힌다 / 김봉용

오선민 2013. 8. 9. 22:08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초승달이 나를 밝힌다

 

 

김봉용

 

 

 

 

청 바바리 옥수수가

길 가에서 손을 흔든다

충주집 초가지붕 위로

조롱박들이 두런두런 손님 기다리고

원두막 옆으로 조롱말 같은 초승달이

달구지에 추억 가득 실어 나른다

물레방아 기억 위로

세월 강 흐르고

실개천이 눈물 흘려 내리면

흥정천이 다 받아 마신다

메밀이 까맣게 영글어 가는

밭둑 위로 미리내 촘촘히 밀려든다

하룻밤 정분에 긴 세월 되는

아내가 초승달로 웃고 있다

 

 

 

 

 

-출처 : 『詩하늘』(2012. 겨울)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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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정분에 긴 세월 되는

아내가 초승달로 웃고 있다

이 이야기하려고 화자는 애써

서정을 끌어들여 배경을 깔고 있다

참 좋았던 모양이다

평생을 같이 할 사람

기쁘게 맞는다는 건 복이다

저 서정에 녹지 않은 머슴아 있었던가

저 서정에 기다리지 않은 머슴아 있었던가

초승달로 웃는 아내를 얻은

화자의 심장이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참 좋은 밤이었을 게다

두고 두고 못 잊을 밤이었을 게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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