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비 오는 날의 축제 / 동시영 본문
비 오는 날의 축제
동시영
이 순간 나는 시의 마을 방향
우리들의 어제는 기념비
벌써 시간의 꽃으로 피어나고
오늘은 비에 젖어 모든 경계가 시원하게 떠내려가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날아가는 연습에 시간을 다 날려 보내고는
시간 속으로 날아가는 갈대새 떼
빗속에 쭈그리고 앉아 쉬고 있다
해 없어 일 없는
해바라기들도 비의 벤치에 앉아 쉬고
해 있어야 일 있는
일용직 사람들도
노동을 안주 삼아 벗어 놓고는
새벽 소주 향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살아가는 건
건너가는 것
그래서 우리에겐 다리가 있다
오늘,
나의 다리는
물방울 다리 건너
시의 마을을 거닐고 있다
—시집『십일월의 눈동자』(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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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영 / 충북 괴산 출생. 2003년 《다층》으로 등단. 시집 『미래사냥』『낯선 神을 찾아서』『신이 걸어 주는 전화』『십일월의 눈동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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