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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갯바위에 핀 국화 / 임윤

오선민 2014. 2. 7. 23:29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갯바위에 핀 국화

 

임윤

 

 

을씨년스런 늦겨울 서생 바다

검푸른 물결에 꽃잎처럼 날아오른 갈매기

둥근 지붕의 원자로가

민머리에 자명종을 단

고장 난 탁상시계처럼 앉아 있다

미처 풀어내지 못한 시간

어쩌면 풀어낼 수 없는 시간들

태엽이 탱탱하게 감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계 곁으로 날아든 꽃잎들

갯바위에 흰국화 소복이 피었다

버섯구름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피어나길 여러 번

꽃 진 자리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 갈매기 꽃

민머리가 숨긴 시간을 알 턱없는 꽃잎은

찰라간 부풀어

터지는 줄 모르고

심장을 향한 비수가 되는 줄 모르고

오늘도 고장 난 원자로 위를 날아간다

 

 

 

ㅡ출처 : 남동해의 밤을 밝히는『아시아의 촛불』(작가시대, 2013)

ㅡ출처 : 제8회 아시아, 시로 만나는 생태, 평화 시인 축제 엔솔러지

ㅡ사진 : 詩하늘 이온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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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적어도 화자가 걱정하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먼 후일에 있을지 모르는 큰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것에 대한 경고다

우리는 힘이 없어 이 위험을 없앨 수 없다

그러니 이렇게 넋두리만 외치고 있는 게다

그러니 나약한 바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깨어나야 하고 함께 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갈매기의 생사가

곧 우리의 생사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기가 모자란다고 마구 짓게 해서는 안 된다

지구를 살리는 쪽으로 더 빠르게

개발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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