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갯바위에 핀 국화 / 임윤 본문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갯바위에 핀 국화
임윤
을씨년스런 늦겨울 서생 바다
검푸른 물결에 꽃잎처럼 날아오른 갈매기
둥근 지붕의 원자로가
민머리에 자명종을 단
고장 난 탁상시계처럼 앉아 있다
미처 풀어내지 못한 시간
어쩌면 풀어낼 수 없는 시간들
태엽이 탱탱하게 감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계 곁으로 날아든 꽃잎들
갯바위에 흰국화 소복이 피었다
버섯구름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피어나길 여러 번
꽃 진 자리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 갈매기 꽃
민머리가 숨긴 시간을 알 턱없는 꽃잎은
찰라간 부풀어
터지는 줄 모르고
심장을 향한 비수가 되는 줄 모르고
오늘도 고장 난 원자로 위를 날아간다
ㅡ출처 : 남동해의 밤을 밝히는『아시아의 촛불』(작가시대, 2013)
ㅡ출처 : 제8회 아시아, 시로 만나는 생태, 평화 시인 축제 엔솔러지
ㅡ사진 : 詩하늘 이온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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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적어도 화자가 걱정하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먼 후일에 있을지 모르는 큰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것에 대한 경고다
우리는 힘이 없어 이 위험을 없앨 수 없다
그러니 이렇게 넋두리만 외치고 있는 게다
그러니 나약한 바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깨어나야 하고 함께 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갈매기의 생사가
곧 우리의 생사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기가 모자란다고 마구 짓게 해서는 안 된다
지구를 살리는 쪽으로 더 빠르게
개발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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