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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간을 찾아서 3 / 한용국

오선민 2015. 5. 4. 09:45

간을 찾아서 3

 

   한용국

 

 

 

언제부터 약속은 웃음을 잃었습니까

 

마술을 잃어버린 마술사의 꽃밭은

검은 재들로 덮여 있습니다

 

처음으로 눈을 갖게 된 사람들이

골목마다 우글거리는군요

 

소리 없는 종들이

구름에서 떨어집니다

 

훔쳐보는 자들의 발등에

끓는 물을 붓고 싶습니다

 

달의 십이진법이

구원이 될 수 있겠습니까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압정만 가득 쌓여 있습니다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기만 한다면

언젠가 흐르는 물에 머리를 눕히고

등껍질에 붙은 불을 끌 수 있겠습니까

 

 

 

                       —《시작》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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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 1971년 강원 태백 출생. 200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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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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