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간을 찾아서 3 / 한용국 본문
간을 찾아서 3
한용국
언제부터 약속은 웃음을 잃었습니까
마술을 잃어버린 마술사의 꽃밭은
검은 재들로 덮여 있습니다
처음으로 눈을 갖게 된 사람들이
골목마다 우글거리는군요
소리 없는 종들이
구름에서 떨어집니다
훔쳐보는 자들의 발등에
끓는 물을 붓고 싶습니다
달의 십이진법이
구원이 될 수 있겠습니까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압정만 가득 쌓여 있습니다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기만 한다면
언젠가 흐르는 물에 머리를 눕히고
등껍질에 붙은 불을 끌 수 있겠습니까
—《시작》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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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 1971년 강원 태백 출생. 200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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