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고치 / 최호빈 본문
고치
—줄넘기
최호빈
손잡이를 꼭 잡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줄을 돌린다
좁은 거처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육절기처럼 밀려드는 햇빛을 같은 크기로 잘라낸다
이리저리 몸 깊숙한 곳을 뛰어다니던 박자가 이끄는 대로
바람을 치고
바닥을 친다
치고 또 친다
묶여 있는 개처럼 그 자리에 고정되는 소리가 울리면
어느덧 나는 시무룩한 얼굴의 소립자가 되어
매끄럽게 세상을 밀어낸다
위아래로 요동치는 구멍에서 한꺼번에 분비되는 질문의 새들
머릿속이 쨍쨍해지고
줄넘기는 하염없이 간절해진다
견고한 공중에 두 발을 올려
정지,
하면 되는데
무언가에 걸려 자꾸 튕겨져 나온다
누군가 손잡이를 꼭 잡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굉음을 쏟아내며
줄을 돌린다
떨어져 내리는 빛의 토막을 눈으로 쫓는다
—《문학.선》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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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빈 / 1979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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