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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공하고 놀다 / 나호열

오선민 2016. 2. 29. 16:45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공하고 놀다

 

나호열

 

 

상상 임신 끝에 알을 낳았다

무정란의 공

부화되지 못한 채 주렁주렁 망태기에 담겨 있다가

태생의 탱탱함으로 이리저리 차이다가

별이 될 듯 하늘로 솟구치다가

울타리를 넘어 차에 치여 사정없이 찌그러진다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공

끝내 가죽만 남아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간다

누군가는 평생을 걸고 이 공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이 공의 주인은 누구인가!

 

ㅡ출처 : 『시와소금』(2012. 겨울)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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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것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해도 달도 지구도 공도 다 둥글다

해, 달, 지구는 일정한 궤도를 돌지만

공은 주인이라 자칭하는 자가 제대로 다루어주면

엄청난 기교와 힘을 발휘한다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한다고 한 말이 맞다

두 해는 지나면 공을 다루는 제전이 벌어진다

엄청난 환희에 싸이게 될 텐데

골대에 공을 차 넣기만 하면

하늘을 날 듯한 기쁨에 젓는다

이 공의 주인은 차 넣은 사람의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으로 밤잠을 설치게 되겠다

내가 그 공의 주인은 아니어도

세상이라는 공을 함께 다루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면

얼마나 밝고 건강해질까?

 

詩하늘

 

<시하늘 시편지>☞ http://cafe.daum.net/sihanull/9bUn/383

*시 한 편 외우는 건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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