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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목필균 본문

좋은 시 감상

12월의 기도 / 목필균

오선민 2016. 12. 9. 08:56

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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