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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우물 본문

좋은 시 감상

하늘 우물

오선민 2017. 7. 5. 09:14

하늘 우물

 

 

장옥관

 

 

한때 나는 새의 무덤이 하늘에 있는 줄 알았다

물고기의 무덤이 물 곳에 있고

풀무치가 풀숲에 제 무덤을 마련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물앵두 피는 오래된 돌우물이 있어

늙은 새들이 거기 다 깃들이는 줄 알았다

피울음 깨무는 저 저녁의 장례

운흥사 절 마당 늙은 산벚나무 두 그루

눈썹 지우는 것 바라보며 생각하느니

어떤 죄 많은 짐승 내 뒤꿈치 감옥에 숨어들어

차마 뱉어내지 못할 붉은 꽃숭어리

하늘북으로 두드리는 것일까

하르르하르르 귀 얇은 소리들이 자꾸 빠져들고

죽지 접은 나무들 얼굴을 가리는데

실뱀장어 초록별 물고 돌아드는 어스름 우물에

누가 또 두레박을 던져 넣고 있다

 

장옥관 시집 『하늘 우물』,《세계사》에서 

 

 

참으로 이상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만 무덤이 있다. 동물이ㅣ나 식물들은 제 무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무덤이란 살아온 삶과 이어지는 또 다른 삶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이를 통해 삶을 이어가는 방식일 뿐이다. 장옥관 시인은 「하늘 우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어 하늘에도 새의 무덤이 있듯 앵두꽃 피는 우물을 생각한다. 우리나라 우물가에는 살구나무나 복숭아나무, 앵두나무 등을 심어 놓는다. 어찌 보면 절묘한 삶의 지혜다. 나무가 주는 풍경에서 세월을 읽어내기 위함이다. 나르 우물에도 그러한 삶의 지혜가 있나 보다. 운흥사 절 마당에 눈썹 지우는 산벚나무 두 그루가 죄 많은 어느 짐승 발뒤꿈치에 숨어들어 꽃숭어리 내뱉는다는 모습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는 바라볼 수 없는 풍경이다. 꿈꾸는 이상처럼 우리들 마음에도 항상 맑은 물이 샘솟는 우물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우물이 하늘 우물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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