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0년 올해의 좋은 시 1000[27]신들의 놀이터/ 강인한 본문

좋은 시 감상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0년 올해의 좋은 시 1000[27]신들의 놀이터/ 강인한

오선민 2010. 5. 13. 07:35

신들의 놀이터 
                                            강인한


  태초에 말씀이 있어도 좋고
  장엄한 노을 아래 배경음악을 까는 것도 좋겠지
  삼면을 장벽으로 세우고
  한 쪽은 바다가 좋아 평화로운 바다 지중해

  대낮의 길거리 아무데도 도망칠 곳이 없는 거리에
  아이들이 달리면서 손을 흔들어
  날아오는 비행기를 향해 키득키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하마스의 로켓탄을 던져봐
  그리고 이스라엘의 열화우라늄폭탄도 몇 개
  백린탄은 반짝반짝 폭죽처럼 아름답지
  밤의 커튼 아래로는 신성한 달빛을 좀 흘려줄까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
  철근이 꽃대처럼 목을 뽑아 내다보는 거기
  어린 사내아이의 연한 뱃가죽에서
  삐져나온 창자를 물고 가는 개
  포도알처럼 달콤한 소녀의 눈을 파먹는 쥐들

  끔찍하게 즐거워서 으스스 소름이 돋는 놀이터
  이 풍성한 성찬에 당신들을 초대하고 싶어
  유서 깊은 원한을 그윽한 향불로 피우며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봐, 붉은 피와 흰 뼈가 검게 타고
  증오가 다윗의 별로 빛나는 그곳.

 

 

 

 


월간 『현대시학』 2009년 3월호 발표

  

  

 

 강인한 시인

 

1944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대운동회의 만세소리〉가 당선되어 등단. 1966년 첫시집『이상기후』를 펴낸 이후, 『불꽃』(1974),『전라도 시인』(1982),『우리나라 날씨』(1986), 『칼레의 시민들』(1992),『황홀한 물살』(1999),『푸른 심연』(2005),『입술』(2009) 등의 시집과 시선집 『어린 신에게』(1998) 그리고 시비평집『시를 찾는 그대에게』(2002)가 있음.

 
//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서봉교 원글보기
메모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