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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2010 명시선 / 정끝별

오선민 2010. 5. 13. 07:45

정끝별

추파, 춥스

 

흘러내리는 네 눈의 윙크

흘러내리는 네 어깨의 머리카락

가을 강물을 흔드는 바람아 끈적끈적하잖니

 

흘러드는 내 귀의 노래

흘러드는 내 손가락 사이의 설탕물

끈적끈적 채웠으니 시절아, 따라갈까 붙어갈까

 

저 입이 움켜쥔 군침

밀크와 딸기가 섞인 백 개의 강이 흐르고

채워지지 않는 입은 둥근 허공을 쪽쪽 빨고 있는데

 

화공畵工은 어딜 갔다니,

달콤한 혀로 천 개의 침을 찍어

노는 물결 위에 한생을 그리고 그려야 하는데

 

오, 살랑대는 추파秋波

춥스! 이제 곧 앙상한 겨울 막대만 남을 텐데

가까스로 가을인데

 

-『와락』2008. 5. 시집

 

 

 

와락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와락』2008. 5. 시집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윤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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