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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강인한 {8번 출구로 가는길 -테 오티무우칸}

오선민 2010. 5. 13. 07:43

<6>-8번 출구로 가는 길―테오티우아칸/강인한-


막 도착한 행성열차에서 사람들이 내린다
이 골짜기는 별빛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곳
태양의 피라미드를 보며 낮에는 루드베키아가 피고
달의 피라미드를 보며 밤에는 달맞이꽃이 피고
한 떼의 환승객과 어깨를 부딪치며
엇갈리는 걸음으로 스쳐가야만 하는데
그렇게 사람의 운명이란 빗나가는 것일까
불타버린 도시 신의 도시에서 온 사내
그는 떠돌이 악사, 8번 출구 골짜기 그늘에 서서
펜플룻을 분다 그가 연주하는 악기에서 한 줄기
연기처럼 천 년의 하늘이 퍼덕이며 흘러나온다
그 밤의 신전 위에 잠자는 독수리 접은 날개가 고요하다
이 행성에서 건너편의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에서 졸고 있는 저 불의 잠을 깨워서는 안 된다
우리가 죽으면
바람은 우리의 몸을 거두어 흙으로 만들고
사람의 죽은 몸은
언젠가는 다시 밤에 나무로 자라날 것이다
죽음의 거리를 건너가는 저 그림자, 그림자들
스크린도어 앞에 한 줄로 옥수수처럼 늘어선
이 사람들은 잠시 후 사라질 것이다
바람이 되어 8번 출구에서 시작하여
골짜기를 범람하는 펜플룻의 선율을 타고
아득히 꿈꾸는 섬을 향해 이제 막 떠난 행성열차에
그는 천 년 전 자신의 영혼을 실어 떠나보냈다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허금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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