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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스크랩] 강인한{봄꿈}

오선민 2010. 5. 13. 07:42

<5>-봄꿈/강인한-


이 거리에 처음 와 보았으나
언젠가 나 여기 왔었다
조붓한 샛길을 돌아 삐걱이는 마루 소리
꿈결이듯 들리는 곳, 저 건너 金閣寺가 보이는
이 집 마루 끝에 누가 서 있었다
내 이름을 가만히 두 번 부르며 숨던 그 치맛자락
저기 꽃구름으로 풀어지고 있는가

봄날은 비단 허리띠처럼 길어
호르르 호르르 새 점을 치는 노인이
그 때 저쪽에 앉아서
내 전생을 읽어주고 치렁한 햇살이 따라 읽고
내 점괘를 웃음으로 짚어가던
그 누에나방 같은 눈썹은 어디로 갔을까

눈감고 열 걸음쯤 뒤따르다가 비틀거리다가
내 손에 쥐어진 것을 펴보았을 때
깃처럼 보얀 꽃잎,
아 그것이 벚꽃이던가 복사꽃이던가
꽃나무는 보이지 않는데 바람결에 분분한 낙화

가늘한 손가락으로 튕긴
한 줄 현의 떨리는 음정, 높다란 추녀 끝에 닿아
흰 손가락엔 꽃잎 같은 피가 맺혔다
분홍의 살 냄새 아지랑이로 숨막힐 듯
글썽한 눈을 들어 바라보는 놀빛
저 멀리 학이 날아가는 모습 하늘에 떠 있었다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허금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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