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 시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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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말/강인한
알에서 깨어난 바다가 뒤척였다.
바위 틈으로 수줍은 등불이 새어나오고
먼 데서 늙은 안개도 찾아와
둥근 밤을 이루었다.
끊어진 길가에 꽃이 피고
머리털처럼 부드럽게 바람이 불어온 그때
어둠의 뒤에서 캄캄한 피를 흘리며
백마 한 필이 날카롭게 달려왔다.
목을 잃고 나타난 김유신의 말은
한 마디 흰 울음을 쏟고
그 흰 갈기를 날려 하늘로 솟구쳐 사라졌다.
은방울 소리 하나가
별이 되어 가슴에 박히자
등불은 여자의 목젖 속으로 꺼져갔다.
그 자리에서 파랗게 천 년이 흔들리고
나의 잠 위에 바람이 분다.
댓이파리가 쏟아진다.
빗발치는 은장도.
처형당한 말 울음소리는 달빛이 되어
풀잎에 베어지고
베어져서는 내려가고 있다.
바닷속 순금이 끓고 있는 거기
야망의 칼이 죽어가는 그 곁으로
달빛은 원한의 끝까지 내려가고 있다.
출처 : 원주문학
글쓴이 : 서봉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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