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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상

호박죽

오선민 2010. 12. 18. 14:40

호박죽

 

                  이창수

 

 

 

마루 끝에 앉은 외할머니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했다

늙으면 죽어야죠!

나는 외할머니의 말씀에 맞장구를 쳤다

 

그날로 외할머니는 머리를 싸맨 채 드러누웠고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어머니의 부지깽이를 피해 마루 밑에 숨었다

 

마루 밑 누렁이는 내 입술을 핥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외할머니의 지당한 말씀에 대한 호응이

빨간 불꽃이 살아 있는

부지깽이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날 저녁 호박죽 한 그릇을 다 드시고도

입맛이 없다는 외할머니에게

한 그릇 더 드시라는 어머니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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